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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선진국형 친환경 유기농 시대를 열자
글쓴이 박혜숙

날짜 11.01.26     조회 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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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형 친환경 유기농 시대를 열자

전 농림부장관, 환경정의 이사장  김 성 훈
(T. 011-9999-3000)

  지구는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살아 있는 하나의 생물체(a living biological organism)이다. 무기물질로 구성된 바위덩어리 위에 각종 생명체들이 붙어사는 단순한 의존관계가 아니다. 온갖 생명체와 물질과 생태 환경이 해와 달, 행성 등 우주의 역동성의 영향권 안에서 상호간의 파트너로서 부부처럼 단란하게 춤을 추며 진화 발전해 온 관계였다.” 이는「가이아(gaia)의 가설」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과 린 마그리스가 일찍이 밝힌바 있지만, 오늘날 친환경 유기농운동과 생명운동의 기본철학이기도 하다. 이른바 天․地․人의 오묘한 조화와 교호작용이다.

  이같이 단란한 부부관계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상(異常)스런 조짐을 크게 드러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화학농법이 전파되면서 생명체와 환경생태계와의 관계에 불균형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다. 흙이 오염되고 마실 물이 변질되었으며 숨쉬는 공기가 점점 오염되고 있다. 경제성만 추구하는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집약농법과 맹독성 농약의 과다살포 등으로 환경생태계가 파괴되었고 마침내 우리가 매일 먹는 마시는 물과 공기와 식품마저 더 이상 그 ‘온전성(wholesomeness)'을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인류(homo sapiens)라는 생명체가 지구상에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방식의 경제성장 패턴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할 임계점에 이르른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더 이상 인류와 생물체의 생존이 지속불가능(持續不可能)하다는 위기의식이 바야흐로 21세기 들어 범지구적으로 공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리우에서, 교토에서 그리고 요하네스부르그, 코펜하겐에서 세계 정상들이 만나 에너지․식량․이상기후 시대의 지구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걱정하는 모임들을 잇달아 열었다. 구체적으로 OECD(선진국 모임)는 2001년 5월14일에서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신경제”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NGO(비정부기구) 단체대표들 모임과 각료급 정부 기관 대표들의 모임을 개최한 바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NGO 대표로 참석하여 “지속가능한 발전과 친환경농업”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맡고 토론에도 참여하였다. 두 차례의 연이은 OECD 포럼은 비교적 정확한 상황진단과 나름대로의 범세계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친환경 유기농업정책, 시장제도 및 무역정책, 금융세제 지원책, 과학기술 개발, 사회제도 개혁, 범세계 경제 체제 등 경제성장 위주 정책에서 환경문제를 심각히 고려하는 정책 제안들이 망라되었다.

  그런데도 미래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아니 불안하다. 왜냐하면 경제개발과 무역, 문명의 발달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각국이 필연적으로 대자연과 원시림과 자원과 생태계에 대한 과도한 파괴와 약탈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재생이 불가능하거나 지속가능성이 희박한 지구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CO2와 중금속 미세물질이 대기 중에 꽉 차고 지구의 오존층마저 구멍이 뚫려 이상고온, 가뭄, 장마, 홍수, 태풍, 우박, 서리, 눈사태 등 이상기후 현상이 상습화되고 있다. 머잖아 레이첼 카슨이 예언했던 “봄은 왔다. 꽃은 피지 않고 새들이 노래하지 않는 침묵의 봄이 왔다.”라고 한탄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자기 자신과 후손들에게 부와 재산을 물려주기 위하여 경제․무역활동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이에 당대의 우리자신은 물론 후손들마저 앞으로 그와 비례하여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상의 생명체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가공할 상태로 몰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통적인 위기상황은 선, 후진국간 인식의 차이와, 부국과 빈국간 소득 및 열매의 불균등한 분배문제 때문에 해결방안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2009년) 11월 코펜하겐 세계정상회의의 불임현상(구속력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한 회담)이다. 개별 국가별로 살펴보더라도 잘 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상공업과 농수산업 계층, 개발업자와 선량한 시민 사이의 이해충돌로 해답을 뻔히 알면서도 그 실천은 더디고 더디다. 인류가 개발한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라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마저, 대부분의 경우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유지문제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역사적 소명

  이와 같은 범세계적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우리나라 사정을 잠시 살펴보자.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 준 “삼천리 금수강산(비단으로 수놓은 강과 산)”은 이제 그 말이 무색하다. 동양 3국 중 우리나라는 옛부터 도처에 마시는 물이 생명수였고 약수이었다. 냉수(정화수)나 숭늉이외에는 별도로 차(茶)문화가 서민생활에 대중화할 필요가 크지 않았을 만큼 청정수의 나라였다. 한국 산하와 들녘에서 소출되는 농, 축, 수산물이 아주 맛있고 보약이나 다름없는 건강식이었다. 지난 5천여년 동안 좁은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7천만의 대가족으로 번성해온 것도 모두 아름답고 건강한 자연환경 때문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24절기가 뚜렷하며 보약이나 다름없던 먹거리가 산하에 풍부하였다. 가을 밤이면 푸른 하늘 은하수를 노래 부르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노래 불렀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농업이 보편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급속한 경제 및 산업발전과 도시화로 인해 화학농법이 뒤덮으면서 지속가능성 면에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환경과 자연생태계가 가장 많이 파괴되어 이상기후 등 대자연의 변화로부터 세계 평균의 두배만큼 위협받는 나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그 대안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친환경 유기농법의 등장이었으며 국민의 정부가 이를 적극 권장하여 지난 10년동안 생산과 소비면에서 괄목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전체 농업 중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비중이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유럽,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확실히 선진국가이다. 산과 강과 바다가 잘 보전되고 소비자 국민들은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만끽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원래 환경친화적인 농경문화와 농림축산업에서 시작함을 유념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사회, 즉 경제와 문명이 환경과 생태계와 상생(相生)의 관계를 유지하던 농경문화에서 비롯됐던 것이다. 이제 자연생태계와 인류(문명)가 공히 위협받고 있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자연도 살리고, 땅도 물도 하늘도 살리며, 인간의 생명도 살리는 상생의 길은 “미래로부터 현재를 되돌아보는 (back to the future)” 삶의 지혜를 회복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친환경 무공해 유기농업의 생활화, 전국화이다. 가치중립적인 생물학적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전통적인 자연농법에 유기적인 농법을 가미한 환경우호적인 유기농법이 현대를 사는 우리 시대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소명이다. 지구를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며 그 순환체계 속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단란한 공존공영의 관계회복이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사람도 살리고 지구의 땅과 물과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업이 온누리에 꽃피우려면 무엇보다도 국민 식생활 소비행태의 혁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유기농을 모두가 생활화함으로써 화학농법에 의한 파괴적 생산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농민들과 소비자와 자연생태계가 공존공영하는 상생의 조화로운 세상을 향하여 우리의 삶의 방식이 친환경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하늘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며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 개개인은 물론 장차 오고 또 올 우리 후손들이 살아 갈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데 일조하는 삶의 방식을 대망한다. 이점에 있어서 캐나다, 북유럽, 대양주 국가들이 그 모범국들이다. 

  그래서 대산농촌문화재단은 UBC와 공동으로 2010년 여름에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 유기농업 연수단을 파견하였다. 유기농 종자, 종묘 채종포로부터 역동유기농업(bio-dynamic agriculture) 현장, 대학생 유기농 실습장, 공설시장 내 유기농 판매대, 대형 유기농(whole food) 수퍼마켓, 유기농 도매시장, 중앙정부 유기농 실험 연구기관, 주정부 유기농 정책당국 등 생산에서 유통, 가공, 소비 정책, 연구 전단계를 망라하였다. 연수에 참여한 18명의 농업인, 행정가, 재단대표, 기자 등은 다양한 배경이었음에도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을 한단계 높혀 선진국형 유기농업시대를 열겠다는 한결같은 공통 의지를 갖고 있었다. 마침 UBC 대학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밴쿠버에 먼저 와 있던 필자는 지도교수 자격으로 연수계획의 수립과 연수과정에 일조를 하면서 새삼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의 현주소를 확인하며 최소한 이렇게 달라져야겠다고 느낀 바 있어 그 개요를 요약해 보았다.


  선진국형 유기농업에의 길

  2010년 11월11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元年)을 공식으로 선포한지 만 12년이 된다. 그동안 친환경 농업은 생산과 소비면에서 크게 발전하여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부턴 정부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 범주에서 저농약농산물이 제외되고 무농약재배 농산물과 순수한 유기농업 재배 농산물만이 친환경마크를 달게 된다. 축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초보수준이긴 하지만 친환경인증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친환경 농업 육성법과 식품산업진흥법을 통합 개정하려함에 있어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미래지향적인 정책 방향에 대하여 몇가지 당부하고 싶다. 먼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정책의 목표는 그 첫째가 환경생태계의 보호․보전이다. 국민 소비자의 건강 그리고 생명과 생산자의 소득 보장은 아주 중요하나 부차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유기농업정책은 환경보전 차원의 관심사항이므로 통상문제의 쟁점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마저 환경생태계 보전목적의 유기농업 보조지원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강대국들이 자국의 유기농산품의 수출에 있어 우리나라 고유의 국내산 인증과 동등성(同等性, equivalence)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주권을 무시한 월권행위이다. 상이한 환경생태계 조건과 식량주권을 고려할 때 국내 농산품과 동일한 조건의 인증을 받지 않고 무조건 강대국 유기농 제품이라고 해서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해서는 아니된다. 정부도 2008년부터 독자적인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실시하면서 WTO에 그 독자성을 통보했었다. 그러고도 최근 미국등 강대국의 압력 때문인지 외국 유기농산품을 동등성을 내세워 자유로이 수입토록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생산단계부터 우리 유기농업에 알맞은 내충성, 내병성, 내한성 토착 유기농종자의 발굴과 개량 그리고 그 육성 보급에 집중지원하여야 한다. 아울러 국내산 천적과 미생물제재(예, 전남 장성의 MS 미생물재), 친환경농법의 발굴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 이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은 정부당국과 학계가 일찍부터 서둘렀어야 했는데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핑게로 지금까지 오로지 몇몇 착한 유기농업인과 학자들에 의존해 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셋째, 1998년 11월11일 정부가 ‘친환경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함과 동시에 소비자협동조합법(일명, 생협법)을 제정 공포하는 등 친환경유기농산물의 판로 확보에 노력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탄생한 농협 유통조직을 비롯한 대형 민간 유통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이 최근의 배추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오히려 정부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생협, 한살림 등의 직거래의 위력이 대조적으로 크게 빛을 발휘하였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지금부터라도 미완성의 생협법을 적극적으로 개정 보완하여 농협에 투자했던 만큼의 1%만이라도 생협육성을 지원하고, 생협중앙회 기능을 보강하며, 외국처럼 친환경적인 공산품 취급을 허용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넷째, 친환경 유기농업 생산에 못지않게 이를 저장 가공하여 세계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살아 있는 발효식품, 즉 제2의 천연식품으로 거듭나도록 개별 농가와 마을 또는 생협 중심의 가공지원 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업인들이 가공분야에 진입하는데  장애조건이 되어 있는 현행 식품가공위생법을 비롯 주세법, 도정법 등을 대폭 개정하여 유기농가가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편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다섯째,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선진국처럼 제도적으로 도시농업을 육성해야 한다. 도시지역 공동체가 지원하는 유기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운동, 주택가 텃밭농업과 학교 공지 이용 농사짓기 학습지원 그리고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운동 등을 적극 지원하여 친환경 학교급식과 저탄소 녹색운동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다.

여섯째, 정부의 친환경농업 직접지불(Direct Payment)제도를 인증후 3년간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인증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유기적농업에 대하여는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과감히 제도와 예산을 보완하여야 한다. 1998년 친환경농업 직불제를 실시하였을 때는 IMF 외환위기 기간이라 부득이 3년 기한에 한정했었으나, 이제 정부 예산에 여유가 있다고 본다. 최소한 유기농 인증농가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끝으로, 농림부가 수산업무를 다시 관장하는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통합된 이상 선진국처럼 아니 그보다 더 앞서서 양식․영어 수산물의 친환경(인증)제도를 확실히 도입 실시 하도록 법과 제도를 새로이 만들어 국민소비자들로 하여금 항생제, 방부제, 성장호르몬제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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