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과실 포도와의 만남

(사)한국포도회 회장 박 용 하

개인적으로 포도는 달달하고 너무 맛있고 한알 한알 뜯어서먹는 맛이 중독이며 일하면서 포도를 먹고 있으면 어느새 포도줄기만 남아 있고 포도알이 다 사라져 있다.

특히, 포도에는 당분과 태아성장에 필요한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임산부에 좋다고 한다.

저는 1994년 3월 집안에 어려움이 있어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다 고향 천안에 내려와 포도농사에 몸담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포도 농사였지만 평소 거봉 포도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내가 귀농하던 첫 해 큰 아이를 갖게 되어 농약 뿌린 포도를 차마 먹일 수 없다고 결심하고 그 날 이후 지금까지 친환경 유기농 재배를 고집해 왔다.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났고 그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친환경 유기농재배를 한 순간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우리의 먹거리, 즉 건강과 직결되는 과일이니 만큼 더욱 정성과 애정을 담아 포도를 생산해 낸다면 소비자에게 언젠가는 사랑을 받을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포도산업은 어렵기만 한 시기였다. FTA 협정으로 물밀 듯 들어오는 수입개방 압력과 국내 경기 하강에 따른 과일 소비 둔화는 포도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포도농가들은 벙어리 냉가슴 처럼 마냥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사)한국포도회 2015년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다는 샤인머스켓 품종보급에 나서면서 침체기로 접어들던 포도산업을 반전 시키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보급 첫 해에는 국가 연구기관에서 조차 제작하지 못했던 샤인머스켓 재배 매뉴얼을 (사)한국포도회에서 일본 책자를 번역, 회원들에게 배부하였고 무병 우량묘목을 회원들에게 공급하면서 포도 수출물량도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해 2021년에는 1,849톤, 32,723천불(FOB)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제는 포도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샤인머스켓 재배면적도 급격히 늘어나 21년 4,196ha, 22년 5,192ha로 우리나라 전체 포도 재배면적 13,294ha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면적이 늘어나다 보니 당도 17Brix에 훨씬 못 미치는 저 품질 샤인머스켓이 시중에 대량 유통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본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므로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당연히 하락하는 것이 시장의 이치다. 샤인머스켓 출하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당도 17Brix 이상의 고품질 샤인머스켓을 생산 출하해야 되고 수출을 통해 국내 포도 시장 가격도 안정 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경기도 용인에서 창립된 (사) 한국포도화가 이제 40년이 되었다. 전통과 뿌리깊은 역사를 통해 오늘의 포도회가 일어 섰듯이 이제는 우리 스스로 홀로서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심하며 추진하게 된 사업이 “가칭” 한국포도수출유통센터 건립이다.

포도의 수출 확대는 국내 포도시장 가격 안정과 수출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면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재원마련에 어려움은 있지만 회원이 출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기업의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내년도 센터건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사)한국포도회 회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안겨 주신 회원님들께 다시한번 두손모아 감사드린다.

봄을 맞는 나무의 새순처럼 파릇하게 돋아나 당당한 모습으로 소처럼 일해서 (사)한국포도회의 명예는 물론, 포도명인의 자존심을 지키며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도 이루어 낼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해본다.